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 인지 몰랐습니다. 강유정과 조민혁의 사랑은 보는 사람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안겨 줍니다. 그들의 사랑은 일종의 충돌입니다. 사람을 지배하는 이성과 감성 간의 끊임 없는 충돌의 연속입니다.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하지만 감성적으로는 이상하게 끌리는 피 말리는 상황의 연속 입니다. 마치 스톡홀롬 증후군(인질이 인질에게 연민을 느끼는 현상) 처럼 시작된 조민혁의 감정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조민혁의 모습, 죄책감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는 강유정의 모습,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장 박동수는 급격히 올라가고 서글픈 마음 마저 듭니다. 오늘로써13번 째 방영된 '비밀'은 강유정과 지성의 격정 멜로와 이를 둘러 싼 주변 인물들의 암투가 그려졌습니다.       

 

비밀

 

강유정의 마음을 얻기 위해 조민혁은 고군분투 합니다. 참 아이러니 하죠. 그동안 강유정을 괴롭히는 데 혈안이 되어 있던 그가 강유정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다니..이렇듯 '비밀'이라는 드라마는 아이러니의 연속입니다. 복수의 대상이 사랑의 대상이 되고, 사랑의 대상이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이상한 드라마죠. 역대 최고의 키스신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뜨거웠던 키스를 마친 후, 조민혁은 강유정에게 말합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다"라고. 자신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조민혁과 강유정의 사랑은 너무도 조심스러웠기에 노골적인 사랑 표현은 마치 불가능한 것처럼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조민혁을 뒤로한 채 강유정은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성 황정음

 

조민혁이 강유정에게 끌린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포용의 힘입니다. 강유정은 조민혁을 케어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민혁은 K그룹의 사장이고 남 부러울 것 없는 호화 생활을 누리지만 자신의 마음을 터 놓을 곳이 없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세광그룹의 김재하는 강유정을 보고 '불량품'이라고 비아냥 거리지만 조민혁에게 있어서 강유정은 '완성품'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강유정은 발이 아파 하루종일 앓고 있는 조민혁을 간호 하기위해 갑니다. 그 곳에서 강유정은 조민혁이 가장 감추고 싶은 비밀인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며 흐느끼는 조민혁의 모습을 보면서 강유정은 강한 모성애를 느낍니다. 강유정은 조민혁의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줍니다. 조민혁이 아픈 것은 발이 아니라 마음이었습니다. 조민혁이 세상과 단절하고 삐딱선을 탔던 이유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서였습니다. 과거에 서지희를 통해 이런 치유를 받았던 조민혁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후 그 몫을 강유정에게 돌리는 난센스를 연출합니다.

 

비밀 주인공

 

강유정에 대한 조민혁의 사랑이 커질수록 다급해지는 것은 신세연을 비롯한 주변인물들 이었습니다. 신세연은 강유정을 향한 조민혁의 시선을 보며 사랑이라는 확신을 하게됩니다. 신세연이 서지희를 죽인 진범이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가운데, 조회장의 귀국은 조민혁과 강유정의 사랑을 방해하는 최대의 장애물로 등장합니다. 이전에 서지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조회장은 조민혁이 여자 문제로 또 다시 말썽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를 냅니다. 꽃 피기 전에 미리 싹을 자르려는 조회장은 강유정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조민혁을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식탁에는 안도훈과 신세연이 앉아 있었고 강유정은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끼며 자리를 뛰쳐 나갑니다. 이를 본 조민혁은 "신세연과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조회장에게 경고합니다. 서지희를 죽인 또 다른 서지희의 등장으로 조회장과 신세연, 광민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서지희의 죽음이 이들과 연루되어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황정음

 

자릴 박차고 나온 강유정은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거기에 안도훈은 불난 집에 더욱 부채질을 하며 밉상의 진수를 보였습니다. 본의 아니게 강유정의 마음을 다치게 한 조민혁은 그날 밤 강유정을 찾으러 갑니다. 강유정의 집문을 두드리며 '대리'를 외친 조민혁은 순간 겁이 났습니다. 유일하게 자신의 편을 들어 준 강유정이 혹시라도 도망갔을까봐 겁이 났던 것입니다. '대리'라 외치며 세차게 문을 두드린 조민혁은 어느새 '유정'을 찾고 있었습니다. 강유정은 문을 열지 않은 채 조민혁에게 말합니다. "사장님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이 자꾸 생각 납니다. 죄책감이 들어서 너무 힘듭니다." 강유정에겐 안도훈과는 달리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 관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서지희의 죽음에 자신이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강유정에게 조민혁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강유정이 조민혁에게 끝까지 집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이유는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마음의 벽을 허물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비밀 지성

 

조민혁은 강유정의 말에 긍정할수도 부정할수도 없었습니다. 이성과 감성 사이의 끊임 없는 충돌은 조민혁을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비밀'에서 주인공들은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장면을 자주 보입니다. 상식을 벗어난 상황들이 주인공들의 멘탈을 붕괴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독한 상황에 조민혁은 오열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의 마음은 강유정을 향해 있었습니다. 강유정 또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강유정은 오랜만에 서지희를 찾아갑니다. 자신이 진 죄가 너무나도 크기에 강유정은 신지희에게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고해성사를 합니다. 강유정은 서지희의 영전 앞에서 "하루라도 그의 손을 잡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조민혁을 향한 그의 마음도 진심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 당기고 있는 조민혁과 강유정의 모습은 위험을 무릅쓰고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보였습니다. 

 

지성 백허그

 

신지희에게 다녀 온 강유정은 다시금 마음을 다집니다. 조민혁에게 마음을 여는 일은 두번 다시 없겠노라고. 이성과 감성과의 싸움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겠노라고. 신지희와 조민혁에게 평생 반성하며 살겠노라고. 버스를 기다리는 강유정의 모습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해 온 서지희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버스에 오르려던 강유정은 한 남자의 손길을 느낍니다. 강유정은 직감했습니다. 조민혁이 등장한 것 입니다. 이번에는 조민혁이 강유정을 치유할 차례입니다. 조민혁은 뒤에서 아무말없이 강유정을 감싸며 자신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순간 강유정을 지배했던 이성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또 다시 감성이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조민혁의 백허그는 시청자들의 마음의 벽은 물론 강유정의 마음의 벽까지 허물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강유정은 어쩌면 조민혁의 이러한 행동을 원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성의 백허그는 갈팔질팡하는 여성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음의 문을 열게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조민혁과 강유정의 사랑은 무르익어 가고 있었습니다. 격정 멜로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드라마는 없을 것입니다. '비밀'은 남녀가 사랑을 하면 이렇게까지 처절해질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입니다. 유보라 작가의 빼어난 집필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도훈의 비극적인 결말이 예고되는 가운데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비밀은 산이의 행방과 서지희와 강유정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일 것입니다. 13회에서도 산이와 쏙 닮은 아이가 등장하면서 산이가 정말 살아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회가 거듭될수록 증폭되고 있습니다. 권선징악과 같은 뻔한 결말을 보이지 않겠다고 제작진이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폭풍의 언덕'이라는 책이 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이제 단 3회만을 남긴 '비밀'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조민혁의 백허그에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연 강유정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오늘도 비밀의 문을 향해 네 명의 주인공들은 숨가쁘게 전진합니다. 그 결말이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채 말이죠.

 

  1. Favicon of http://wacoalblog.com/238 BlogIcon 와코루 2013.11.07 12:00 신고

    드디어 민혁이 마음의 벽을 허물었군요~ 앞으로 해피엔딩이 될지 더 궁금해지네요~

  2. 색연필 2013.11.07 22:28 신고

    어제 조민혁이 신세연에게 그러지요! 복수로 시작 된 사랑의 결말은? 이게 결말의 복선이였으면 해요!
    폭풍의 언덕과는 반대의 결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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