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벌인 소녀시대와 2NE1의 두뇌 싸움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걸그룹들도 자존심을 건 대결 앞에선 결코 호락호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한 번 내뱉은 말을 번복까지 하면서 컴백 날짜를 앞서거니 뒷서거니했다. 매번 컴백할 때마다 자신있게 등장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행보였다. 부동의 원톱 소녀시대가 2월 19일에 음원을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2NE1은 2월 25일에 음원을 발표하겠다고 맞섰다. 소녀시대 보다 음원을 일주일 정도 늦게 발표해 최후의 승리자가 되겠다는 2NE1의 '꼼수'였다. 이에 SM은 뮤직비디오 데이터 손실을 이유로 음원 공개 시기를 또 다시 연기했다. YG도 즉각 반응을 보여 씨엘의 생일인 27일에 음원 공개를 선언했다. 이러한 불필요한 소모전에 피해를 보는 쪽은 다름 아닌 팬들이었다. 치고 빠지는 눈치작전은 이들의 대결을 '빅매치'로 몰고 갔고, 다른 것을 떠나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확실히 성공한 듯 보였다.

 

2ne1 소녀시대

 

시끌벅쩍하고 요란했던 이들의 빅매치는 3월 9일이 되어서야 표면적으로나마 이루어졌다. 비록 컴백 날짜가 다르긴 하지만 같은 가요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해 실력을 겨루는 상황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가 던져 준 떡밥에 찌라시들은 마치 이들의 대결이 '세기의 대결' 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다. 따지고 보면 정면대결도 아닌 것을 이들은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어마무시한 대결로 잘도 부풀렸다. 각종 매체들은 이들의 대결에 촉각을 세우며 누가 엔딩 무대에 서게 되느냐까지 따지고 있었다. 엔딩 무대야 말로 진정한 주인공을 위한 무대이기 때문에 '누가 엔딩 무대에 오르냐'는 것은 양측 소속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인기가요' 측은 엔딩 무대를 다른 가수에게 양보해 주는 배려 아닌 배려를 해줬다. '이건 진짜 재밌는 대결'이라며 여기저기서 호들갑을 떨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변에서 만든 여러 색깔의 잡음들은 결국 이들의 대결을 최고의 흥행카드로 만들었다.

 

인기가요

 

3월 9일 '인기가요'에 동시 출격한 소녀시대와 2NE1은 사이좋게 두 곡씩 노래를 불렀다. 데뷔년도가 느린 2NE1이 첫 무대를 선보였고 이어서 소녀시대가 대에 올랐다. 겨우내 뜸들여 왔던 빅매치에 팬들은 숨죽인 채 무대를 지켜봤다. 첫 곡으로 'Crush'를 선보인 2NE1은 공연장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세트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컴백홈'에선 그루브를 잘 살린 댄스로 자유분방한 매력을 뽐냈다. 2NE1의 개성 강한 무대에 소녀시대는 감성이 묻어나는 무대로 응수했다. '백허그'로 첫 무대를 선보인 소녀시대는 시스루 소재의 드레스를 입어 우아함을 강조했다. 타이틀곡인 '미스터미스터'에선 기존에 선보였던 중절모와 수트를 벗고 메이드 원피스를 입고 나와 성숙여성미를 뽐냈다. 이들의 무대는 통틀어서 15분이 채 되지 않았다. 기다려온 시간이 허무할 정도로 이들의 무대는 간단하게 끝이 났고, 소녀시대는 이날 1위를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소녀시대의 리더 태연은 '생일에 1위까지하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소녀시대

 

세기의 대결(?)끝나자 몰려오는 기분은 허탈감 뿐이었다. 이번 대결은 양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총력을 기울였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들의 무대가 평가절하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동안의 기다림을 보상 받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무대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애초부터 정면 대결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마치 '빅매치'라도 벌이는 것처럼 선전해 대중들을 철저히 이용했다는 것이다. 오늘 무대만 해도 이것은 대결구도 자체가 형성되지 못하는 무대였다. 소녀시대는 이미 공식적인 컴백 무대를 가졌기 때문에 이번 무대는 활동의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2NE1은 오늘이 실질적인 컴백 무대였다. 소녀시대와 2NE1은 정면 대결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한 가요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한 것일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오늘 무대에서 2NE1은 아예 1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소녀시대는 어이없게도 2NE1이 아닌 씨엔블루와 1위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그럴듯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 놓고 간격을 띄어 컴백하는 '꼼수'를 부린 이유는 무엇일까.

 

소녀시대 투애니원

 

결과론적으로 이번 대결 구도는 소녀시대와 2NE1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결구도를 만들어 놓으면 정작 이득을 보게되는 집단은 따로 있다. 소녀시대와 2NE1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보기 위해 대중들은 엄청난 '파이트머니'를 지불해야만 했다. 충성심 강한 팬들은 서로가 응원하는 가수의 차트를 줄세우기 위해 음원과 앨범 구매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앞서 컴백한 소녀시대는 신곡 '미스터 미스터'로 국내 음원 차트를 올킬하는 기염을 토했고, 2NE1타이틀 '컴백홈' 공개 후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양 쪽 기획사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팬덤을 적절히 활용하는 치밀한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었다. 이는 관심을 끌기 위해 '노출'을 일삼는 걸그룹들의 전략과 구사하는 방식만 다를 뿐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없는 전략이다. 소녀시대와 2NE1은 한국을 대표하는 걸그룹이니 만큼 이제부터는 보다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관심 끌기에는 성공했으니 이제는 가수로서의 실력을 보여 줄 때가 아닌가. 그동안 기다려 온 팬들을 위해서라도 한층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여야 할 것이다. 이들이 무대 안팎에서 보여 준 '퍼포먼스'는 확실히 기대이하였다.

 

  1. 글쎄요 2014.03.10 13:01 신고

    그런식으로 평가나는 분위기인데 전혀다르다고 보네요. 소녀시대의 이슈성을 퉤니원이 이용한거지 윈윈이라고 보여지지 않네요

  2. fantavii 2014.03.10 14:02 신고

    다른것도 애매한 기준이지만 일단 음방에서 무대 순서 기준은 선배 우선(?)입니다.. 동방신기가 마지막인게 당연하고 그걸 빼고 생각해도 소시가 선배니까 나중에 하는게 당연. (물론 인기나 인지도가 현격히 차이나는 가수는 선배대접(?) 못받기도 하지만 소시나 투애니원이나 누가 우위든 간에 현격한 차이는 절대 아닐거고.

  3. Favicon of http://boyundesign.tistory.com BlogIcon 귀여운걸 2014.03.10 15:11 신고

    결국 윈윈이 되는 게임이었군요~
    꼼꼼한 분석 잘 보고 갑니다^^

  4. IPO 2014.03.10 22:29 신고

    이게 본질이지. 2세대 아이돌 트렌드가 2007년 태동한지 무려 8년이 지났다. 열기가 완전히 식을만도 하지만 이렇게 빅매치라는 이벤트를 펼치면 연예매체들이야 호들갑 떨면서 꺼져가는 불꽃도 어느 정도 다시 피울수 있으니. 단세포 매체 및 찌찔이들이야 소시가 이기니 퉤니가 이기니 발광하지만 본질이 이렇게 '파이트머니'를 먹으려는 건데...ㅋ

  5. Favicon of http://7network.tistory.com BlogIcon 개굴개굴왕 2014.05.30 13: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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