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라는 압도적인 존재가 사라진 이후, 수목극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대결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되었다. 방송 3사의 시청률 차이가 2% 내로 근접해 있어 어떤 드라마가 1위에 올라도 놀라울 것이 없는 상황이 연출 되었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수목 드라마, 3월12일 기준) 12.2%를 기록한 '감격시대'가 동시간대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별그대'와의 경쟁 속에서도 줄곧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감격시대'는 호랑이가 빠진 굴에서 여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박유천의 등장과 '별그대' 후광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쓰리데이즈'는 11.7%로 2위를 기록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감격시대'와 '쓰리데이즈'의 틈에 끼어 '산소호흡기' 없이는 연명하기 힘들어 보였던 '돌싱녀'는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9.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이렇듯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팽팽한 대결구도에 시청자들은 어떤 드라마를 볼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감격시대 쓰리데이즈

 

동시간대 1위에 오른 '감격시대'와 2위를 오른 '쓰리데이즈'는 '금'과 '은'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두었지만 사실 그리 즐거워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제작진 입장에서 주판을 튕겨 본다면 이들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부은 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격시대'와 '쓰리데이즈'는 두 작품 모두 100억 이상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다. 100억 이상의 자본이 투입 되기 위해선 여기저기서 자금 줄을 끌어모아 제작을 감행할 수 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논리 상 자본이 투입되었으면 그에 걸맞는 산출이 나와야 효율적인 경영을 한 것이 된다. 하지만 '감격시대'와 '쓰리데이즈'가 보인 시청률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선 아직 한참이나 모자른 수치다. 반면 '돌싱녀'는 딱봐도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저예산의 국산영화 정도가 될 것이다. '돌싱녀'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헐리우드의 영화 사이에서 눈부신 존재감을 발휘한 국산영화와 같은 느낌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돌싱녀'의 선전이 필자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돌싱녀 주상욱 이민정

 

그렇다면 '돌싱녀'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그대' 마지막 회가 방송 되던 지난 달 21일, '1-2회 연속 방송'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제작진의 모험이 주효했다. '돌싱녀'는 '별그대'에 원투펀치를 맞으며 5% 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쓰리데이즈'에 비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초반 시청률 저하라는 위험을 무릅썼던 '돌싱녀'는 유치한 복수극에서 빚어지는 코믹한 상황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결혼 후 첫 복귀작으로 '돌싱녀'를 선택한 이민정은 나애라 역을 통해 연일 굴욕적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며 '로코여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결혼 이후 심적으로 안정을 찾은 이민정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드라마에 활력을 심어줬다. 차정우 역을 맡은 주상욱도 촌스러움과 세련됨이 오가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팬들을 '차정우 앓이'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들은 첫 만남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선보이며 시청률 상승에 톡톡히 기여했다.

 

수목드라마

 

하지만 '돌싱녀'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것을 단지 위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이민정과 주상욱의 연기가 나름 신선하긴 했지만 다른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이에 버금가는 훌륭한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민정과 주상욱의 연기는 '본방 사수' 욕구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돌싱녀'가 100억 이상이 투입된 대작 경쟁 틈에서 살아남은 앙큼한 비결은 무엇이었을. 필자는 그것을 '대진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100억 대작의 틈바구니에 끼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대진운이 좋다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싱녀'는 분명 대진운이 좋았다. '감격시대'와 '쓰리데이즈'는 거칠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진지해 시청자들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었다. 매회마다 칼과 총이 나오고, 시커먼 옷을 입은 남자들이 브라운관을 장악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어둡고 칙칙한 드라마 사이에 등장한 '돌싱녀'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힐링 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었다. 이쯤되면 '돌싱녀'의 대진운이 꽤나 좋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민정

 

'감격시대'와 '쓰리데이즈'의 제작진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영화 이상의 감동을 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목적을 고려해 본다면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굳이 영화와 같은 감동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드라마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웃음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욕구가 더욱 강하다. '돌싱녀'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들을 유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밤 10시 이후의 시청자들이 '성인층'이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돌싱녀'가 이혼 부부를 소재로 삼은 것과 경력 단절 여성의 취업을 다룬 것은 현 시대상을 적절히 반영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배우들은 시청자들이 실제로 겪었던 현실을 대변해주며 이들과 공감대를 나눌 수 있었다. 가볍고 진부한 내용 때문에 모두가 무시했던 로맨틱 코미디의 저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우리네 인생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간결한 이야기들. 때로는 소소한 것이 엄청난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돌싱녀'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1. Favicon of https://wanderingpoet.tistory.com BlogIcon 너의길을가라 2014.03.14 08:20 신고

    14. 쾅!

    아무래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지 않는 하
    평범한 로코는 눈길이 안 간다는..^^*

  2. Favicon of https://boyundesign.tistory.com BlogIcon 귀여운걸 2014.03.14 15:32 신고

    완전 망할줄 알았는데 다른 대작과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하더라구요~
    로맨틱 코미디의 저력 강한것 같아요^^

    • 그러게요 2014.03.26 16:38 신고

      망할줄알았는데, 요즘은 저도 즐겨보고 있습니다

  3. Favicon of https://palme.tistory.com BlogIcon 팔메 2014.03.14 19:20 신고

    이민정씨가 참으로 상큼하게 나오더군요 ^^
    제대로 본적은 없지만 기분좋은 맘으로 편하게 쉬면서 볼수있는 작품같아요

  4. 후후후 2014.03.15 00:40 신고

    전 돌싱녀가 젤 잼나요~ 끼야오~

  5. u 2014.03.26 20:25 신고

    정확합니다. 딱 제맘! 칙칙한거 보고 싶지 않아요 ㅎㅎ 결말도 궁금하고요.

  6. u 2014.03.26 20:26 신고

    별그대도 발랄해서 좋았구요. 현실도 팍팍한데 드라마까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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