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 특집이 2주 째 방영되었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과의 대결'이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들고 나온 김태호 PD는 특집이 줄 수 있는 신선함을 무기로 '무도'시청자들을 제3의 세계로 안내했다. 안 그래도 눈물 나는 외모를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든 멤버들은 독특한 외계인의 모습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개인적으로 '스타워즈'와 같은 공상 영화를 좋아하기에 이번 특집은 그  주제에서부터 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약간은 어색하고 모자란 분장으로 어색함의 극치를 보였던 멤버들은 외계인이라는 낯선 상황극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상황극이 완벽치 않은 것 조차도 꽁트로 만드는 유재석의 놀라운 능력은 '지구를 지켜라' 특집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오랜만에 캡틴을 맡은 박명수는 시종일관 멤버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민폐' 캐릭터로서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박명수는 늑골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하며 제 몫을 해냈다.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

 

요란하게 등장한 외계인들은 저마다의 특기를 내세우며 지구 정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순간이동, 상대방의 마음 읽기 등 지구인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갖춘 멤버들은 말도 안되는 엉터리 외계어를 구사해가며 가까스로 상황극을 이어갔다. 한계에 봉착한 이들은 어설픈 상황극이 주는 폐해를 막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지구인들과의 대결에 임해야만 했다. 주제는 거창했지만 외계인들이 지구인들과 대결한 게임은 그리 대단한 게임은 아니었다. 자전거 느리게기, 포크레인 자유롭게 다루기, 매운 음식 먹기 등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화려하지 않기에 크게 주목 받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지구인을 얕잡아 본 외계인들은 대결에 앞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대결에 임하자 단순하게 보이는 재능들은 결코 쉬운 것들이 아니었다. 특히 자전거 느리게 타기 같은 종목에 세계공인기록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김태호 PD는 숨은 재주를 지닌 평범한 사람들이 외계인의 침공을 물리칠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한도전 유재석

 

실험적인 요소가 강했던 '지구를 지켜라' 특집은 B급 정서와 단순한 연출이 안겨주는 매력 덕분에 나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구를지켜라' 특집은 역대 특집 가운데 가장 호불호가 갈린 특집이었다. '역시 무도'라는 찬사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최악의 특집이라는 평도 만만치 않았다. '지구를 지켜라' 특집이 호불호가 갈린 것은 그동안 특집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던 무한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이번 특집은 다소 산만하고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촌스러움에서 묻어나는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꽤나 유쾌한 방송이었다. 어느샌가 가학을 동반한 먹방으로 치달아 불쾌한 요소도 일부 있었지만 대결 과정에서 보인 허당 외계인들의 개그 드립은 연신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우주를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과 '지구 정복'이라는 허무맹랑한 코드는 김태호 PD를 만나 무한도전 만의 색채를 드러냈다. 모 아니면 도. 그야말로 '중간'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김태호 PD의 도전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무도

 

무도 지구를 지켜라

 

특집 주제가 '지구를 지켜라' 인 만큼 어차피 외계인과의 대결에서 지구인이 승리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뻔한 결과를 어떻게 풀어가는가' 가 특집을 성공으로 이끄는 관건이었다. '새로움' 이라는 단어에 집착한 이번 특집은 과거의 도전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도전에 임하는 자세부터 남달랐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특집은 지구인의 승리에만 열을 올린 나머지 외계인 컨셉트를 상당 부분 퇴색시켰다. 그저 외계인 모습으로 코스프레를 한 무도 멤버들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대결에서는 이길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져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실험적인 요소들은 분명 보는이들에게 거부감을 들게 만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전 자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상황극과 꽁트에서 재미를 얻으려고 한 시도는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선 흉내낼 수 없는 무한도전 만의 참신함이 있어 끝까지 채널을 돌리지 않고 지켜볼 수 있었다.

 

지구를 지켜라

 

'지구를 지켜라' 특집은 오로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했던 특집이었다.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가지고 특집을 꾸밀 순 없을 것이다. 이번 특집은 시청자와 예능 중 유일하게 예능이 '갑'의 위치에 있는 무한도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험적인 특집으로 인해 시청률이 다소 저조하더라도 제작진이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충성심 강한 팬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타자라해도 매번 홈런을 칠 수 없다는 것을 팬들은 잘 알고 있었다. 수년간 이어온 무도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은 제작진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무도팬들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특집에 대한 의미를 찾고 그것에 재미를 느끼려고 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두려워 매번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프로그램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이 주는 면죄부는 제작진이 다양한 특집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한도전'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면 무엇을 해도 용서가 되는 팬들의 사랑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닌가 싶다.

 

  1. Favicon of https://wanderingpoet.tistory.com BlogIcon 너의길을가라 2014.03.16 07:57 신고

    4. 쾅!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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